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의 적법한 동의 절차_서울고등법원 2022. 10. 12. 선고 2022나2004418(본소), 2022나2004425(반소) 판결, 김근주(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판결 요지]
‘근로자 과반수 동의’라는 요건은 과반수 노동조합이 동의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용자에 대하여 자주적이고 대등한 지위에서 근로자들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집단 의사가 형성 되어 ‘집단적 근로조건 대등 결정의 요청’이 충족되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나아가 위와 같은 요건 충족 여부는 근로조건이 불이익하게 변경되는 정도와 그것이 개별 근로자들 에게 미치는 영향 및 사용자 측이 제도 변경을 추진하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근로자들이 사용자 측의 영향력이 배제된 상태에서 상호 의견교환이나 토론 등 집단적인 논의를 거쳐 취업규칙 변경을 수용할 것인지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실질적으로 보 장받았는가라는 관점에서 평가되어야 한다.
[판례 리뷰]
취업규칙은 그 명칭을 불문하고, 근로조건이나 복무 규율 등에 관하여 사용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 근로자들에게 공통적으로 적용하기 위하여 설정하는 준칙을 의미한다. 취업규칙은 사업 운영의 효율성을 위하여 근로조건을 통일적으로 설정하기 위하여 정하는 것으로, 이에 대한 작성 권한은 사용자에게 있다. 그러나 취업규칙은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규범 이므로 작성 또는 변경 시 근로자의 의견청취를, 그리고 이전 취업규칙보다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할 때에는 근로자의 동의를 요건으로 하고 있다. 취업규칙 불이익변경과 관련해서,
판례에서는 주로
1) 동의의 주체
2) 동의의 방법
3) 불이익변경 여부의 판단
4) 동의 취득 여부의 효과를 둘러싸고
(근로자집단의 동의 없이)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에 따라 효력이 발생되는 경우) 등이 다루어져 왔다. 대상 판결은 이 중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서의 적법한 동의 절차에 관하여 검토하였는데, 쟁점 사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원고 회사는 연봉제 사원 취업규칙(이하 ‘변경전 취업규칙’이라 한다)에 의하여 연봉제 직원 들에게 연차휴가 이외의 4일의 유급휴가(이하 연중휴가)를 부여하여 왔다 그런데 원고는 2012년 5월경 ‘2012년도 임금조정 공지’를 하면서 ‘연봉제사원의 연중휴가를 폐지하고 연차로 대체 하며, 연차촉진을 실시하여 미사용 (연차)잔여분을 현금보상’하는 취지의 ‘복리후생/연차수당 변경’ 공지를 하였다. 이후 상당 시간이 지난 2015년 12월 8일 ‘사내게시판’을 통하여 취업규칙 개정 공지를 하면서, “취업규칙 내 미반영된 인사제도 변경사항 반영”으로 해당 사항을 표현하고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동의 절차를 진행하였다. 그리고 동의의 방식은 대상 근로자 449명 을 66개 팀별 단위로 분리하여, 4일 동안(2015년 12월 8일부터 2015년 12월 11일까지) 의견을 취합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원심 법원은 2010년 대법원 판결을 인용하면서, “… 그 동의의 방법은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들의 회의방식에 의한 과반수의 동의를 요하고, 회의방식에 의한 동의라 함은 사업 또는 한 사업장의 기구별 또는 단위부서별로 사용자측의 개입이나 간섭이 배제된 상태에 서 근로자 간에 의견을 교환하여 찬반을 집약한 후 이를 전체적으로 취합하는 방식도 허용된다. 여기서 사용자측의 개입이나 간섭이라 함은 사용자측이 근로자들의 자율적이고 집단적인 의사결정을 저해할 정도로 명시 또는 묵시적인 방법으로 동의를 강요하는 경우를 의미하고 사용자측이 단지 변경될 취업규칙의 내용을 근로자들에게 설명하고 홍보하는 데 그친 경우에는 사용자측의 부당한 개입이나 간섭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라고 하면서,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에서 정한 절차를 거친 것으로 동의가 유효하다고 판단하였다.
반면 이 사건에서 서울고등법원은 동일하게 2010년 대법원 판결을 인용하면서도 “‘근로자 과반수 동의’라는 요건은 과반수 노동조합이 동의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용자에 대하여 자주적이고 대등한 지위에서 근로자들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집단 의사가 형성되어 ‘집단적 근로조건 대등 결정의 요청’이 충족되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나아가 위와 같은 요건 충족 여부는 "근로조건이 불이익하게 변경되는 정도와 그것이 개별 근로자들 에게 미치는 영향 및 사용자 측이 제도 변경을 추진하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근로자들이 사용자 측의 영향력이 배제된 상태에서 상호 의견교환이나 토론 등 집단적인 논의를 거쳐 취업규칙 변경을 수용할 것인지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실질적으로 보장받았는가라는 관점에서 평가되어야 한다.”라고 그 법리적 근거를 추가하였다.
즉 집단적 근로조건 대등 결정의 요청에 따른 실질적인 기회가 보장되었는지를 불이익 변경의 적법한 동의 절차의 기준으로 제시한 것이다. 그리고 이에 따라서
① 근로자 과반수(약 88%)가 찬성 란에 서명한 사실은 인정되나 원고가 사내게시판에 취업규칙 개정의 주요내용을 기재하며 정기휴가폐지에 관한 내용을 바로 알 수 있는 문구를 기재하지 않는 등 그 구체적인 내용과 의무가 무엇인지를 주지할 수 있도록 정당한 방법으로 이를 공고ㆍ설명하는 절차를 거치지않은 점,
② 원고는 동의를 구해야 하는 근로자들의 1.5%에 불과한 팀으로 전체 근로자를 66 개로 분리하여 찬반 의견을 취합하였는바 이는 집단적 의사 확인을 위한 의미 있는 최소단위로 기능하기 어렵다는 점,
③ 원고가 영위하는 사업 특성상 출장 등이 빈번함에도 찬반 의견 을 취합하는 기간이 4일에 불과하였다는 점 등 개정안에 대한 설명의 내용과 방법, 의견취합 을 위해 부여한 시간, 의견 취합의 단위와 방법을 종합하여 고려하면, 원고가 집단적 의사결 정방법을 통해 취업규칙 개정의 수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기회를 부여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취업규칙 개정 중 정기휴가 제도 폐지에 관한 부분은 효력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의 동의 방법에 관한 기존의 판례들을 살펴보면, 기구별 또는 단위 부서별 의견 취합의 유효성을 인정하거나(대법원 1994. 9. 23. 선고 94다23180판결), 사용자의 개입이나 간섭의 범위를 정하는 등(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다32362 판결) 구체적인 방식의 유효성 판단이 주를 이루었다. 그런데 이러한 구체적인 방식의 판단은 사안에 따라서 차이가 있게 된다. 예컨대 기구별 또는 단위 부서별 의견 취합의 유효성은 인정되지만, 대상 판결에서 와 같이 실질적인 의견 교환이 어렵게 만드는 세부 단위로의 의견 취합은 ‘집단적 의견 취합’이라는 취지와 부합되지 않는다.
대상 판결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동의의 적법성은 “ … ‘집단적 근로조건 대등 결정의 요청’ 이 충족되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하며, 취업규칙 변경을 수용할 것인지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실질적으로 보장받았는가라는 관점에서 평가되어야 한다”는 실질적 기준을 제시하였다는점에 의의가 있다. 이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의 적법한 동의 요건을 제시 한 2017년 대법원 판결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으로, 단순히 ‘행태의 유효성’만을 판단하는 것 이 아니라 적법성 판단의 기본 원칙을 보강한 것이다. 이후 판례들에도 이러한 법리가 반복적으로 인용되어서,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의 적법한 동의 절차에 관한 기본 법리로 확립될지 주목 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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