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직장 내 괴롭힘 신고한 근로자 원거리 전보는 근로기준법 위반(대법원, 2022도4925, 노무법인 유앤 권오상 공인노무사 판례리뷰)
1. 판결 요지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근로자에 대한 원거리 전보조치는 불리한 조치로서 위법하다.
병원 구내식당 등을 위탁 운영하는 회사 대표인 피고인이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대중교통으로 출근이 불가능한 원거리로 전보시키는 등 불리한 처우를 하여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6항을 위반하였다는 혐의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여 징역형의 집행유예(징역 6월, 집행유예 2년, 보호관찰, 사회봉사명령 120시간)를 선고한 원심을 수긍하고 상고를 기각하였다.
2. 기초 사실
피고인 A는 청주시 청원구 D에 있는 E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이고, 충북 음성군 F에 있는 G병원 구내식당 등을 위탁 운영하며 상시근로자 약 30명을 사용하는 사업주이다.
피해근로자 H를 비롯하여 J, S, O는 2019. 7. 10. 피고인 A가 운영하는 E 주식회사(이하 편의상 ‘피고인 회사’라 한다)를 방문하여 관리이사(피고인 A의 배우자)에게 I의 신고식 강요 등 부당한 행위를 호소하였다. 이에 피고인 A는 2019.7.12. 관리이사와 함께 H의 근무지인 G병원 구내식당에 찾아가 직원들을 대상으로 신고식, 직장 내 금전거래 금지를 교육하였다. 이때 관리이사는 H 등 위 4인의 이름을 밝히며 이들이 본사를 찾아와 면담을 요청하였고, 구내식당의 불법 잔반 처리에 관하여 관할청에 내부고발자에 의한 신고가 있었다는 사실을 직원들 앞에서 공개하였다. 이때부터 2019.7.24.까지 I는 H에게 폭언하고, 사직을 강요하고, 잔반 처리 내부고발자를 색출한다며 전화통화내역 제출을 강요하였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수 있는 명확한 증거..ㅠㅠ)
H는 2019.7.24. 위와 같이 I로부터 폭언 등을 듣고 출근하지 않은 채 2019.7.27. R센터의 도움을 받아 피고인 회사에 내용증명으로 I의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하였다. 그 구체적인 신고 내용은 I가 2019.7.12.경부터 2019.7.24.경까지 신고식 명목으로 회식비 지급을 강요하고, 업무편성 권한을 남용하여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직원들은 수당을 적게 받도록 업무시간을 조절하고, 업무 과정에서 마음에 들지 않으면 욕설과 폭언을 일삼는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2019. 7.24.경 I가 H에게 “벼락 맞아라 자식도”, “차에 갈려서 박살나라”, “눈알들이 다 빠져라”라는 등의 폭언을 하였으며,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를 빌미로 통화내역서 제출을 강요하였고, 사직서 작성을 강요하는 등 회사 상사인 I가 직장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피해 근로자 H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켰다는 내용이었다.
그러자 피고인 회사는 2019.7.29. 무단결근을 사유로 H를 해고하였다. 한편, 피고인 회사는 H의 무단결근 전인 2019.7.23.경 I에게 ‘부하 직원들에게 업무상 지시를 함에 있어 오해 소지가 있었다며 언행 주의’의 취지로 서면으로 인사경고(시말서 1회, 벌점 2점)를 하였다.(정말 가벼운 징계) 피고인 회사는 2019.8.27. 외부 인사 4명과 내부인사 2명(위원장 피고인 포함) 등 6명으로 구성된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I에 대하여 기존 인사경고(시말서 1회, 벌점 2점)를 유지하는 의결을 하고, 피해자 H에 대하여는 2019.7.25.자 무단결근으로 인한 자진퇴사 처리를 복직명령으로 변경하면서 2019.7.25.부터 2019.8.31.까지 무단 결근기간을 무급휴가 처리하고, 2019.9.2.자로 H를 L 구내식당으로 전보하는 내용을 의결하였다.(가해자의 징계와 피해자의 전근을 같이 의결하는 클래스)
그런데, 인사위원회에는 I만 출석하여 청문의 기회가 주어졌을 뿐 피해자 H를 비롯한 괴롭힘을 호소한 근로자들에게는 출석 및 의견 진술 등의 기회를 보장하는 절차가 없었고, 전보 근무지에서 H의 주거지까지의 거리가 매우 멀어 첫 버스를 타더라도 출근 시간에 도착할 수 없어 사실상 대중교통으로 인한 출근이 불가능하였으며, H의 가족이 간병이 필요한 상황임에도 출퇴근의 어려움으로 인하여 강제로 기숙사 생활을 하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런 회사가 아직도 있구나)
H는 2019.9.18. 피고인 회사를 상대로 충북지방노동위원회에 L 구내식당으로 한 전보가 부당하다며 구제를 신청하는 한편, 피고인 A에 대하여 「근로기준법」(이하,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6항(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조치)에서 정하고 있는 불리한 처우를 하였음을 이유로 고소를 제기하였다. 충북지방노동위원회는 2019.11.12. 부당전보를 인정하고, 전보를 취소하는 판정을 하였다. 피고인 회사는 2019. 11.14. 위 판정에 따라 H에 대하여 본래 근무지였던 G병원 구내식당으로 복직을 명하였다.
검찰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H에게 불리한 처우를 한 혐의(근로기준법 위반)를 적용해 피고인 A를 기소했고, 피고인 A는 재판에서 H의 바뀐 근무지가 노동 강도나 의사소통에서 더 낫고, 시설 역시 종전 구내식당에 비해 더 쾌적하다며 불리한 처우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당연하겠지, 대중교통으로 출근도 어려운 지역인데)
3. 법원의 판단
1은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불리한 처우로 적시된 ‘L 구내식당으로의 전보’만을 떼어놓고 본다면, 피해근로자에게 그리 과하지 않은 정도의 불리한 처우로 볼 여지도 있다. 그러나 피해근로자가 본사를 찾아가 관리이사에게 피해를 호소한 이래 부당전보 구제심판이 확정될 때까지 일련의 단계에서 피고인 회사가 취한 개개의 조치를 살펴보면, 근로자에 대한 배려를 조금도 찾아볼 수가 없다. 이는 이른바 피고인의 경영마인드라는 것이 현행 규범에 못 미치는 매우 낮은 수준으로 근로자를 대상화하고 인식하는 것에 기인한다. 비록 최근 가해자 I가 해고되어 직장 내 괴롭힘의 원인이 제거된 것처럼 보이지만, 피고인의 법정태도와 진술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근로자에 대한 낮은 수준의 인식은 언제든지 또 다른 I를 용인하고, 또 다른 다수의 H를 방치할 것이다. 위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여 당초 피고인에게 구약식 청구된 벌금 200만 원을 넘어 피고인을 징역 6월에 처한다. 다만, 이 사건은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의 신설 직후에 발생한 것으로 소규모 기업을 운영하는 피고인이 미처 대응하지 못한 측면이 있으므로, 이를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하여 형의 집행을 2년간 유예하되, 재범 예방을 위해 특별준수사항을 담아 보호관찰을 부과하고, 피고인으로 하여금 피사용인의 위치에서 노동의 의미를 일깨우기 위하여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부과한다.”는 선고를 하였다(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 2021. 4. 6. 선고 2020고단245 판결).
이와 같은 1심의 판단은 항소심(청주지방법원 2022. 4. 13. 선고 2021노438 판결)과 대상 판결에서 그대로 유지되었다.
4. 검토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한 개정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 및 제76조의3(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조치) 규정(2019.1.15. 법률 제16272호로 개정 신설되었고, 그 부칙 제1조, 제3조에 의하여 2019.7.15. 시행 이후에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한 경우에 한하여 적용된다)은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내에서 갖가지 방법으로 동료 근로자를 괴롭혀 심지어 사망에 이르게 하는 등으로 사회적인 문제로 비화되자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입법된 것으로 직장 내 괴롭힘이 근로자의 정신적ㆍ신체적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나아가 기업에도 막대한 비용 부담을 초래하므로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인식하에 신설되었던 것이다.
대상 판결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 및 피해근로자 등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지 않도록 한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6항을 위반한 자에 대하여 형사처벌을 확정한 대법원의 첫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특히 검찰이 사용자인 피고인에 대하여 벌금 200만 원의 구약식 청구를 하였으나,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조치 의무를 방기하고 피해근로자를 방치하는 것을 넘어 불이익한 조치를 취한 것에 대하여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 보호관찰, 사회봉사명령 120시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항소심과 대법원이 그대로 유지하였다는 점에서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도 않고 취할 의사도 없이 오히려 피해근로자에 대한 불이익 처우를 한 위법행위에 대한 경종을 울린 판결로 의미가 있겠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3항에서 사용자의 사전 임시조치 시 ‘피해근로자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를 금지한 점, 제4항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된 후 사용자는 ‘피해근로자가 요청하는 경우’에 근무장소 변경, 배치전환 등으로 조치할 수 있는 점, 제5항에서 행위자(가해자)에 대한 징계 시 ‘피해근로자의 의견’을 들어야 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불리한 처우인지를 판단함에 있어 피해근로자의 주관적 의사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또한 제3항은 신고 접수 후 직장 내 괴롭힘 사실 유무의 확인 전까지 사전 조치의무이고, 제2항은 신고 접수 후 직장 내 괴롭힘의 사실 유무에 대한 사용자의 조사의무이고, 제4, 5항은 직장 내 괴롭힘이 사실로 확인된 경우에 한하여 사용자에게 부과되는 사후 조치의무이며, 제6항은 직장 내 괴롭힘이 사실로 확인되었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불리한 처우를 금지함으로써 설혹 신고가 진실이 아닌 경우라도 신고근로자 및 피해근로자를 보호하는 규정이므로, 제6항의 불리한 처우를 판단함에 있어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문제 제기 등과 근접한 시기에 있었는지, 조치를 한 경위와 과정, 조치를 하면서 사업주가 내세운 사유가 피해근로자 등의 문제 제기 이전부터 존재하였던 것인지, 피해근로자 등의 행위로 인한 타인의 권리나 이익 침해 정도와 사업주의 조치로 피해근로자 등이 입은 불이익 정도, 그러한 조치가 종전 관행이나 동종 사안과 비교하여 이례적이거나 차별적인 취급인지 여부, 사업주의 조치에 대하여 피해근로자 등이 구제신청 등을 한 경우에는 그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신고사건은 2019년 총 2,130건, 2020년 총 5,823건, 2021년 총 6,763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고, 최근 민간 조사결과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면서 직장 내 괴롭힘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질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해자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고 피해자 구제와 예방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무엇보다 직장 내 괴롭힘의 신고부터 조사 및 피해자 보호조치, 가해자 징계 등 제반 절차 전반에 걸친 사용자의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노력이 필요하겠다. 물론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조치 의무를 방기하고 피해근로자를 방치하는 것을 넘어 불이익한 조치를 하여 위법행위를 한 경우 엄중한 처벌을 통하여 제도 취지를 살리고 경각심을 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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