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범죄’와 유머 : 증오는 결핍(-)이다 (출처 : 인스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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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 '증오'는 사실 결핍일지도 모른다. 증오범죄와 ‘유머’에 대한 사색
2024년에는 유난히 '증오범죄(Hate Crime)'라는 단어가 자주 들렸다. 특정 사람이나 집단을 향한 증오가 범죄의 동기가 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정말 그런 ‘강렬한 증오’가 가해자의 마음을 가득 채웠기 때문에 범행이 일어났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저자는 이번 글에서는 거창한 증오가 아니라, 반대로 무엇인가 ‘부족한’ 상태가 더 큰 문제라는 관점을 다루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유머가 결핍된 마음'이 증오범죄의 위험성을 키울 수 있다는 주장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유머와 증오?
1. 증오범죄: 정말 미움이 가득 차 있나?
2022년 8월 뉴욕 무대에 오르자마자 칼에 찔린 세계적 소설가 살만 루슈디. 그는 오랜 시간 이슬람 극단주의 진영에 의해 ‘죽음의 위협’을 받아왔으나, 그날 공격한 범인은 큰 이념이나 확고한 원한을 가진 악당이라기보다는 그저 자기 삶에 지쳐있고, 루슈디의 책조차 읽어본 적 없는 20대 청년에 불과했다. 저자의 유튜브 강의영상을 보고 살인을 계획했다고 한다. (맙소사! 정말 무섭다)
루슈디 본인은 이 사건을 “맹목적이어서 더 무섭다”라고 표현했다. 아랍계 미국인인이며 20대 청년이 범인이 품고 있던 건 엄청난 증오, 논리, 거창한 신념이 아니라, 되려 '텅 빈 우물' 같은 것이었다는 뜻이다. 이게 바로 ‘증오’가 아니라 ‘결핍’에 주목해야 한다는 문제제기다. 그러면서 류수디는 6회차에 걸친 청년과의 '가상 대화'속에서 결국 청년의 '유머 없음'을 지적하면서 그와의 대화를 끝맺엇다고 한다.
증오범죄를 과대평가 말라
2. 유머: 우리 모두 사실 좀 바보스럽다는 사실의 인정
철학자들이 오랫동안 주목해 온 ‘유머’ 혹은 ‘웃음’은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인간 본질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다. 예컨대 영국의 문학평론가 테리 이글턴(Terry Eagleton)은 『유머란 무엇인가』에서 '웃음은 인간이 원래부터 불완전하다는 점을 깨닫게 해주는 도구'라고 설명한다.
- “나만 똑똑하고, 너만 바보다”라는 태도는 증오를 낳는다.
- “나 역시 바보스러움을 안고 살고, 모두가 조금씩 웃긴 존재”라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 사람과 상황을 조금 더 느슨하고 너그럽게 대하게 된다.
유머의 핵심은 ‘우리 전부가 언제든 실수하고 엉뚱한 구석이 있다’는 사실을 유쾌하게 드러내는 것에 있다. 그래서 ‘나도 바보, 너도 바보’라고 하며 함께 웃다 보면, 적대감보다는 연대나 연민이 생기기 쉽다.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
3. 유머가 없는 사회가 품게 되는 위험
저자는 “유머가 없다”는 건 곧 “자신과 타인의 결점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말에 가깝다고 말한다. 모든 부족함을 극단적인 혐오 혹은 증오로 돌리기 쉽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 좋은 유머는 자기 자신을 비롯해 모두가 바보스러운 존재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
- 실패한 유머는 ‘너만 우스꽝스럽다’고 몰아붙이며, 우월감을 과시하려는 데 그친다.
후자의 경우, 결국 남을 조롱하려는 ‘가학적 태도’로 흐르면서 관계를 파괴한다. 증오는 '완벽하지 못한 상대'가 눈에 거슬릴 때 고조되기 쉽다. 반면 ‘유머감각’은 서로의 단점을 농담으로 주고받으며 자연스레 연민과 관용을 이끌어낼 수 있다.
위대한 이들은 남을 조롱하지 않으려고 분투한다. 본인과의 비교 대상은 오로지 가장 유능한 자들뿐이다. 남이 열등하다고 비웃는자들은 그저 자신의 도덕적 초라함을 입증할 뿐이라는 것이다.
4. 유머와 연민: 장난칠 수 있다면 증오하기 어렵다
저자는 유머가 갖는 또 다른 힘을 ‘연민’으로 잇는다. “우리는 서로 조금씩 어설프고 부족하다”는 걸 인정하면, 자연스럽게 상대가 보이는 결점에도 너그러운 시선을 보내게 된다. 이런 사고방식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 ‘데모크리토스’ 이야기에 잘 드러난다. 데모크리토스는 동네 사람들을 꿍꿍대며 비판해도, 정작 사람들이 그를 증오하거나 공격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둘 다 “아유, 바보 같긴 해도 뭐, 그 정도면 차라리 웃어넘기자”라는 분위기로 서로를 대했기 때문이다. 비슷한 사례로, (데모크리토스와 비슷한 행동을 하지만 사는 동네가 다른) 소크라테스가 결국 혐오의 대상이 되어 사형당한 것과 비교하면, ‘웃음’이 주는 안전장치가 얼마나 큰 차이를 낳는지 실감할 수 있다.
어차피 나도 너도 한 몇십년 아등바등 밥과 잘곳을 구하며 분주하게 살다가 흙으로 돌아갈 개미같은 존재들이니까요.
5. OUTTRO: 결핍된 것은 증오가 아니라 '유머'일 수 있다
증오범죄를 단지 ‘강렬한 미움’의 결과라고만 보면, 실상을 놓치기 쉽다. 때론 가해자의 마음속에 유머와 연민 같은 ‘여유’가 빠져 있기 때문에, 작은 불만도 잔혹한 행동으로 폭발할 위험이 커진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오늘날 사회는 크고 작은 다름과 실수를 농담으로 웃어넘기지 못하고, 쉽게 적으로 삼곤 한다. 모쪼록 서로의 허점과 모자람에 대해 조금 더 웃어줄 수 있는 자세를 잃지 않았으면 한다. 그렇게 할 때, 증오가 설 자리는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저자는 증오범죄라는 중대한 문제에 ‘유머가 중요하다’라는 관점을 엮는 게 자칫 가볍게 비칠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이야기 한다. 그러나 실제 사례와 철학적 성찰을 곱씹어보면, '서로의 결점을 들여다보며 가볍게 웃어넘길 수 있는 사회'가 의외로 많은 갈등을 예방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결국 마음속에 유머가 있다면, 무조건 ‘적’으로 몰아붙이기 전에 한 번쯤 미소 지으며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이 작은 차이가 폭력 대신 대화와 관용을 불러올 것이다. We are the world !
어쩌면 유머의 부재란, 어떤 종류의 불완전함도 자신과 타인에게 절대 용납하지 못하는 오늘날의 세태를 의외로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현상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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